고인을 수십 년 동안 찾지 않던 부모나 자녀가 장례 뒤에 나타나 자기 몫을 요구하면, 남은 가족은 "그런 사람에게도 법이 몫을 지켜 주는가"라고 묻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상속인 자격이나 유류분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가정법원의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어야 비로소 상속인이 아니게 되고, 그때 이 권리도 함께 없어집니다.
상실 선고 제도가 생긴 배경
민법 제1004조의2는 2024년 9월 20일 개정으로 새로 들어온 조문이고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부모·조부모 같은 고인의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될 때만 대상이었습니다. 2026년 3월 17일 개정(법률 제21454호)으로 대상이 넓어져, 이제 직계비속·배우자를 포함한 모든 상속인이 사유가 있으면 상속권 상실 선고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개정이유에는 2024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반영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상실 사유는 두 가지입니다.
- 고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 고인(유언으로 하는 경우에는 고인의 배우자나 직계혈족 포함)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중대하게', '심히'라는 표현에서 보듯 문턱이 낮지 않습니다. 가정법원은 사유의 경위와 정도, 고인과의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같은 사정을 종합해 청구를 받아들이거나 기각합니다(같은 조 제5항).
선고를 구하는 두 경로
고인이 유언을 남긴 경우 — 고인은 생전에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특정 상속인의 상속권을 상실시키겠다는 뜻을 밝힐 수 있습니다. 이때 유언집행자는 가정법원에 상실을 청구해야 하고, 상실 대상이 된 사람은 유언집행자가 될 수 없습니다.
유언이 없는 경우 — 공동상속인이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 기한은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입니다. 청구할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공동상속인 모두에게 사유가 있다면,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상속인이 될 사람이 청구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4항).
두 번째 경로는 기한이 짧습니다. 장례와 재산 정리를 하는 사이 6개월이 지나기 쉬우므로, 상실을 검토한다면 날짜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법원은 청구를 받은 뒤 필요하면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는 등 재산 보존 처분을 명할 수도 있습니다(같은 조 제7항).
선고가 확정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상속이 개시된 뒤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그 사람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 거슬러 올라가 상속권을 잃습니다. 다만 선고 확정 전에 제3자가 이미 취득한 권리는 해치지 못합니다(같은 조 제6항).
상속인이 아니게 되므로 유류분반환을 청구할 자격도 사라집니다. 상실된 사람의 자리에는 그 사람의 직계비속이 대신 상속인이 될 수 있고(제1001조), 이렇게 대신 상속인이 된 사람은 이 권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반면 상실된 사람의 배우자는 2026년 개정 이후 대습상속인이 되지 않습니다(제1003조 제2항). 권리자의 범위 전체는 권리자 범위를 정리한 문서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제 사망한 경우에 적용되나
법률 제21454호 부칙 제2조는 개정된 제1004조의2를 2024년 4월 25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 개정법 시행 전의 행위까지 포함해 적용한다고 정합니다. 2024년 4월 25일부터 개정법 시행 전까지 개시된 상속에 대해서는 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할 수 있다는 특례(부칙 제4조)도 있었는데, 이 기간은 2026년 9월 중에 끝났습니다. 그 무렵 사망한 사건이라면 원칙 기간인 '안 날부터 6개월'이 남아 있는지를 따로 계산해 봐야 합니다.
청구를 검토할 때 모아 둘 기록
상실 사유는 오래 이어진 관계의 문제인 경우가 많아, 기억만으로는 설명이 흩어지기 쉽습니다. 다음 기록을 시기별로 모아 두면 판단이 빨라집니다.
- 부양 사정: 고인이 도움이 필요했던 시기와 그때 상대가 보인 태도, 생활비·의료비를 누가 부담했는지 보여 주는 계좌 내역
- 부당한 대우: 폭언·폭행이 있었다면 진료 기록, 신고 기록,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
- 고인의 뜻: 공정증서 유언이 있는지, 다른 형식의 유언이나 메모에 고인의 의사가 남아 있는지
- 날짜: 고인의 사망일, 상대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알게 된 날
유류분 다툼이 이미 시작되었다면, 상실 청구를 할지와 보장분 계산을 다툴지를 함께 놓고 순서를 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연락을 끊고 지낸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상실 선고를 받을 수 있나요?
A. 연락이 끊겼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조문은 부양의무의 중대한 위반이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요구하고, 법원은 경위와 관계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구체적인 행위와 기간을 보여 주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Q. 상실 선고 청구를 하지 않고 바로 상대의 청구를 거절할 수 있나요?
A. 선고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가 여전히 상속인입니다. "부양하지 않았으니 줄 수 없다"고 맞서는 것만으로는 상대의 청구를 막기 어려우므로, 상실을 다투려면 기한 안에 가정법원에 청구하는 절차가 먼저입니다.
정리
부양 의무를 저버린 가족이라도 법원의 상실 선고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상속인이고, 그동안은 유류분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상실을 검토한다면 유언 여부, 안 날, 6개월 기한, 그리고 사유를 보여 줄 기록을 먼저 정리해 두세요. 전체 질문 목록은 첫 화면에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민법 제1001조·제1003조 제2항·제1004조의2 [시행 2026. 3. 17.][법률 제21454호] 및 같은 법률 부칙 제2조·제4조·개정이유, 법률 제20432호(2024. 9. 20.) 부칙 제1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